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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강간 첫 유죄판결 선고

작성일
2009.01.18
조회
4
출처 : 부산일보

 

 

부산지법이 아내를 위협해 억지로 성관계를 가진 A(42)씨에 대해 강간죄를 적용(본보 16일자 1면 보도)한 판결은 법률상 부부 사이의 강간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쟁점은 형법상 성폭행의 객체인 "부녀(婦女)"에 "혼인 중인 부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더구나 민법은 부부 사이에는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를 포함한 "동거의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어 문제는 더 복잡하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형법상의 부녀에 아내를 제외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간단히 정리했다.

재판부는 법률상 강간죄를 만들어 보호하려는 것은 여성의 "정조"가 아니라 인격권에 해당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에 아내도 같은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성생활 의무가 있는 부인이 남편의 성적 요구를 계속 무시하더라도 남편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질 게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라면 동거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이번 판결 이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일부 "남편"들은 불안할 수도 있다. 아내가 부부강간죄를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작정하거나 감정적 보복을 위해서나 재산분할을 하려는 나쁜 속셈으로 고소를 남발할 경우 수많은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재판부 판결에도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재판부는 "악용의 가능성은 있지만 수사와 재판 등 사법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백히 따지면 되는데 입증 곤란을 이유로 폭력을 수단으로 한 부부강간을 부정해서는 곤란하다"고 정리했다.

부산지법 박주영 공보판사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외국인 아내인데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혼인 등 인적교류가 이뤄지는 시대인 만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법원리가 적용돼야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벌써부터 부부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1984년 미국 뉴욕주 항소법원의 "혼인증명서가 아내를 강간에 대해 면책받는 자격증이 아니다"는 판결을 시작으로 부부강간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유엔(UN) 인권위원회는 1999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아내 강간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