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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가족"법적구속...시민단체"환영"

작성일
2009.03.19
조회
5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2009.3.19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패륜 일가족" 4명가운데 3명에게 법정구속결정이 내려지자 법정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장애인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은 재판이 끝나자마자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에 "훌륭하십니다"라고 소리쳤고 일부 회원들은 이에 동조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법정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라"고 제지하기도 했으나 재판은 별 무리 없이 끝났다.

 

◇1심은 "가족", 2심은 "가족관계 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일가족 4명의 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선고를 했던 1심 재판부와 달리, 건강이 좋지 않은 조부를 제외한 백부ㆍ숙부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가족"에 대한 생각이 1심 재판부와 달랐기 때문이다.

1심을 맡았던 청주지법 형사11부(당시 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도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가족인 피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소녀가 가해 가족들에 대해 두려움과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고는 판단했으나 가족관계가 성폭행ㆍ성추행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폭행ㆍ성추행에 장기 노출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가족에 대한 소속감을 갖기보다는 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가족관계가 이미 파탄났음을 지적했다.

결국 가족관계가 깨진 상황에서 피해자는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가해 가족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하지 않는 한 재판결과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단체 "환영의 눈물"

 

재판이 끝나자 법정 곳곳에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눈에 띄는 등 재판결과를 환영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의 권은숙 소장은 "만일 집행유예 선고가 난 원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법원 앞에서 저희 입장을 밝히려고 했지만 준비한 것을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희가 여러 장애여성들의 상담을 받다 보면 어르신들이 지적 장애를 가진 여성을 성추행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듣게 된다"면서 "조부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난 것은 다소 아쉽지만 나머지 3명이 법정구속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1월 1심 재판부가 이들을 풀어줬던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4개월 간 기자회견도 하고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자치단체장을 찾아가 장애여성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친족ㆍ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동휠체어 등을 타고 재판을 방청했던 장애인들은 재판 후 법정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 모여 눈물을 훔치면서 선고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피해소녀는 단체 도움으로 "자립"

 

일가족 4명으로부터 성폭행ㆍ성추행을 당해 온 10대 피해소녀는 현재 장애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지원하는 폭력피해아동지원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소녀가 수년간 성폭행ㆍ성추행 당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당시 가정으로부터 방치되고 있던 이 소녀의 남동생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누나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피해소녀를 "그룹홈"에서 거주하게 하면서 피해사실을 파악한 뒤 성폭행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가해 가족 3명이 항소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됐으나 피해소녀는 이들의 도움없이 시민단체 지원을 받아 생활하면서 자립을 준비하게 된다.

전국의 212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아동 친족성폭력 집행유예 판결 바로잡기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피해소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룹홈에 머물도록 할 생각이며 그 후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운영하는 "체험홈", "자립홈"으로 옮겨 사회진출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