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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여성 8명 중 1명만 신고

작성일
2010.09.01
조회
3
성폭력 피해여성 8명 중 1명만 신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학술대회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의 수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돼 공식보고된 것보다 실제로는 8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도·강도범죄에 있어서도 공식 범죄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암수범죄(숨은범죄)’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범죄통계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국가형사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범죄신고율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박상기)이 지난 26일 서울시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다산홀에서 개최한 ‘제1회 전국범죄피해조사 학술대회’에서는 연구원이 지난 한해 동안 실시한 전국범죄피해조사(KCVS)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제대로 확인되지 못했던 숨은 범죄의 수와 폐해, 대처방안 등이 논의됐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하고 있는 KCVS는 범죄피해의 보고율을 늘리고 개별사건의 피해양상에 대한 조사표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개편돼 지난해 국가승인통계로 인정받았다.

이밖에도 학술대회에서는 연구원이 개발한 ‘범죄 및 형사사법 통계정보시스템’의 시연도 진행됐다. 시스템은 국내의 범죄 및 형사사법 관련 통계들을 전산화하고, 각종 범죄통계를 손쉽게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 성폭력 범죄, 절도·강도 ‘신고율 저조’ 숨은 범죄 많아=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의 수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된 수보다 실제로는 8배 가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지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범죄피해율과 공식범죄 발생률 간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2008년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의 수는 인구 10만명당 467.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검찰청이 같은 기간동안 집계한 공식범죄통계상의 58.3명보다 8배나 많은 수치다. 성폭력 피해여성 8명 중 1명만이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제추행을 제외한 강간의 경우 피해여성은 인구 10만명당 36명으로 공식범죄통계상의 3.8명에 비해 무려 9.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추행범죄만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피해여성이 인구 10만명당 431.7명으로 집계돼 공식범죄통계인 54.4명보다 7.9배 높았다.

황 연구원은 “성폭력범죄의 신고율이 낮은 것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부정적이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신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절도·강도범죄 역시 수사기관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매치기, 날치기 등 대인절도 범죄피해율은 인구 10만명당 3,139명으로 대검 공식범죄통계에 따른 40.8명보다 무려 76.9배나 높았다. 강도의 경우에도 범죄피해율이 인구 10만명당 262.4명으로 조사돼 공식범죄통계인 6.4명보다 41배나 많은 사람들이 강도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침입절도 역시 인구 10만명당 2,632명이 피해를 입어 공식범죄통계보다 11배나 많은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황 위원은 “암수범죄는 공식범죄통계보다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어 단순히 ‘많다’는 점만 지적하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범죄암수추정을 통해 공식범죄통계의 구조를 더욱 잘 파악하고 그 통계가 은폐하고 있는 속성들을 밝혀낸다면 범죄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절도·사기피해 신고하지 않은 이유 ‘피해 경미’ 가장 많아= 절도나 사기 등 재산범죄는 피해액이 커지거나 범인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는 등 범죄피해가 심각해져야만 신고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탁종연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절도 459건, 사기 247건을 대상으로 분석연구한 결과, 재산범죄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사건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기사건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2.4%로 뒤를 이었으며, ‘범인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15.4%를 차지했다. 절도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의 심각성을 제외하면 범인검거능력 등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신고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절도 피해자의 22.4%가 미신고의 이유로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9.2%는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면 귀찮게 할 것이기 때문’, 8.7%는 ‘경찰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결국 40%가량의 절도 피해자들은 ‘신고해봐야 범인도 못 잡고 시간만 낭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통계는 피해자들이 사건을 신고한 이유에 대한 조사결과와도 부합한다. 절도·사기 피해자의 85% 가량이 사건을 신고한 이유로 범인의 검거 및 처벌, 손실회복을 선택한 것이다.

탁 교수는 “범죄피해신고를 포기하는 것은 민사적 배상의 길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범죄에 대한 구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피해자들이 반복피해를 당할 위험까지 안게 돼 당사자는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