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성폭력사건 피해자 의사따라 피고인에 신상정보 공개

작성일
2010.11.08
조회
5
"성폭력사건 피해자 의사따라 피고인에 신상정보 공개"


중앙지법, 업무처리 방침마련


서울중앙지법이 성폭력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업무처리방침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논란(▼ 하단 관련기사·법률신문 2010년10월21일자 4면 참조)이 되자 법원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성폭력사건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합의나 공탁을 위해 법원에 피해자의 신원공개를 요구할 경우 피해자에게 공개여부와 공개할 신상정보의 범위, 대상자 등을 물어보고 이에따라 처리하는 내용이다. 이번 방침은 피고인의 방어권보다는 피해자 보호에 보다 무게를 둔 것으로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의 업무처리기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지역 법원 실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법원장 이진성)은 최근 성폭력전담 재판장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방침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원공개와 관련된 협의내용’을 발표하고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재판장들은 우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성폭력사건의 합의나 공탁을 위해 피해자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개인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경우 법원조사관이나 참여관을 통해 피해자에게 피고인측의 합의·공탁의사를 전달하고 신상정보를 제공해도 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이때 피해자(미성년자인 경우 법정대리인)에게는 피고인에게 알려줄 신상정보가 반드시 피해자 본인의 것이 아니어도 무방하고, 피해자의 부모나 형제자매 등 대리인의 정보만 피고인측에 알려줘 이들이 피해자를 대신해 피고인측과 접촉해도 된다는 내용을 안내해 주기로 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수준도 전화번호만 알려주는 것을 원하는지 집주소까지 알려줘도 괜찮은지를 모두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신상정보를 공개할 대상도 피고인이나 그 가족이 아닌 피고인의 변호인으로만 한정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지하기로 했다. 이 경우 피해자는 피고인을 접촉하지 않고도 피고인의 변호인을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향후 합의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피고인측에 제공될 신상정보의 활용범위도 합의 또는 공탁 등으로 피해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다. 법원은 피해자가 합의를 위한 신상정보제공에는 동의하지 않고 공탁을 위한 경우에만 동의하는 등 활용범위를 제한하거나, 신상정보를 제공받을 사람을 변호인으로 한정해 지정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타인에게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기로 했다.

합의나 공탁을 하고 싶어도 피해자측과 연락이 아예 닿지 않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으면 변호인에게만 공탁목적으로 신상정보를 제공한다.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주고 동일하게 공탁목적에 한해 신상정보를 알려준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변호인들로부터 신상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방침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견로펌의 한 변호사는 “변호인에게만 알려주고 확인서를 받는다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사실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피해자의 신원공개로 인한 2차 피해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조치”라며 “변호인들이 건전한 양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혹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찾아가 협박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면 추가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