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성폭력 피해자, 법정서 2차 피해로 냉가슴
작성일
2011.01.07
조회
3
[종합]"성폭력 피해자, 법정서 2차 피해로 냉가슴"
성폭력사건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의 배려부족으로 2차 피해를 받고 있어, 실질적인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젠더법연구회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젠더적 관점에서 본 성폭력사건 재판절차 개선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증인 신문 시 피고인(가해자)측 열람·등사로 신상이 공개되는 점과 조사 과정에서 피해사실과 상관없는 성적 편력 등을 추궁당하는 점 등이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강하게 지적됐다.
발표자로 나선 인천지법 오승이 판사는 "피고인의 열람·등사 청구권과 피해자의 신상정보 보호가 상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성폭력범죄처벌법이나 아동·청소년의성보호법이 적용되는 사건에는 해당 법률을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선안으로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부터 피해자 신상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거나, 판결문에 익명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직까지는 판결문에 피해자의 실명을 그대로 싣는 경우가 많아 신상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익명 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판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130개의 성폭력 전담부를 통해 설문조사(48개 재판부 응답)한 결과 과반수 이상(29개)의 재판부가 "익명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익명처리 하지 않는 이유로는 법률적 근거 불명확(9개), 범죄사실 및 피해자 특정위해(9개), 판결문의 공문서성·완결성(5개) 등을 꼽았다.
오 판사는 또 "피해자에 대한 금전보상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는 것이 온당한가 의문이 든다"며 "피고인의 끈질긴 합의 요구로 2차 피해가 빈발하고 있는 만큼, 형사절차에서 보상 여부를 고려하는 것은 "재력에 따른 차별"로 정의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지법 정지원 판사는 "미국의 경우 Rape Shield Law(SRL) 장치를 둬서 피해자의 과거 성적 취향이나 경향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형사소송법이나 성폭력법에 과거 성적 경험 등은 증거력이 없도록 규정하는 입법안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범죄 사건이 국민참여재판 범위 내에 반드시 포함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김희진 판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불편이나 모욕감, 두려움을 모두 감수하면서 증언을 하고 피고인을 처벌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며 "여기서 나아가 일반인 다수로 구성된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하고 신상이 노출되는 것까지 감내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 서울동부지법 이진화 판사는 "피고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같이 피해자도 무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해 당시 상황을 세세히,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신빙성 없는 진술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예컨대 낯선 남자와 정신을 잃도록 술 마신 것을 두고 (범죄 사실을 떠나) 피해자 행실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남성중심적으로 해석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다면 가부장적인 사고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결과를 낳고 경우에 따라 진실을 밝힐 수 없게 된다"며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는 이유로 소위 "꽃뱀"으로 추정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심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별도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천지법 신혜성 판사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후 피고인이나 그의 가족, 방청객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따로 증인대기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08년 발족한 젠더법연구회는 지난해 5월 세계여성법관회의 개최 이후 회원 43명의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성폭력절차 개선 연구모임"을 꾸리고, 6개월여 동안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서울=뉴시스】박유영 기자
shine@newsis.com
성폭력사건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의 배려부족으로 2차 피해를 받고 있어, 실질적인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젠더법연구회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젠더적 관점에서 본 성폭력사건 재판절차 개선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증인 신문 시 피고인(가해자)측 열람·등사로 신상이 공개되는 점과 조사 과정에서 피해사실과 상관없는 성적 편력 등을 추궁당하는 점 등이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강하게 지적됐다.
발표자로 나선 인천지법 오승이 판사는 "피고인의 열람·등사 청구권과 피해자의 신상정보 보호가 상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성폭력범죄처벌법이나 아동·청소년의성보호법이 적용되는 사건에는 해당 법률을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선안으로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부터 피해자 신상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거나, 판결문에 익명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직까지는 판결문에 피해자의 실명을 그대로 싣는 경우가 많아 신상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익명 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판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130개의 성폭력 전담부를 통해 설문조사(48개 재판부 응답)한 결과 과반수 이상(29개)의 재판부가 "익명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익명처리 하지 않는 이유로는 법률적 근거 불명확(9개), 범죄사실 및 피해자 특정위해(9개), 판결문의 공문서성·완결성(5개) 등을 꼽았다.
오 판사는 또 "피해자에 대한 금전보상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는 것이 온당한가 의문이 든다"며 "피고인의 끈질긴 합의 요구로 2차 피해가 빈발하고 있는 만큼, 형사절차에서 보상 여부를 고려하는 것은 "재력에 따른 차별"로 정의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지법 정지원 판사는 "미국의 경우 Rape Shield Law(SRL) 장치를 둬서 피해자의 과거 성적 취향이나 경향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형사소송법이나 성폭력법에 과거 성적 경험 등은 증거력이 없도록 규정하는 입법안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범죄 사건이 국민참여재판 범위 내에 반드시 포함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김희진 판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불편이나 모욕감, 두려움을 모두 감수하면서 증언을 하고 피고인을 처벌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며 "여기서 나아가 일반인 다수로 구성된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하고 신상이 노출되는 것까지 감내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 서울동부지법 이진화 판사는 "피고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같이 피해자도 무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해 당시 상황을 세세히,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신빙성 없는 진술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예컨대 낯선 남자와 정신을 잃도록 술 마신 것을 두고 (범죄 사실을 떠나) 피해자 행실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남성중심적으로 해석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다면 가부장적인 사고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결과를 낳고 경우에 따라 진실을 밝힐 수 없게 된다"며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는 이유로 소위 "꽃뱀"으로 추정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심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별도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천지법 신혜성 판사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후 피고인이나 그의 가족, 방청객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따로 증인대기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08년 발족한 젠더법연구회는 지난해 5월 세계여성법관회의 개최 이후 회원 43명의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성폭력절차 개선 연구모임"을 꾸리고, 6개월여 동안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서울=뉴시스】박유영 기자
shine@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