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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권력형 성폭력 비극…피해자 2차 가해 없어야

작성일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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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부산디지털대 부총장 시절인 2015년 여성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올 1월 고소됐다. 그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피해자 측은 범행 장소에서 촬영한 영상과 장 전 의원 육성 등 관련 증거를 공개하고 1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였다.

 

이 사건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낳은 비극이다. 권력자·상사가 고용·신분이 취약한 비서나 참모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고, 피해자는 보복과 2차 가해가 우려돼 침묵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피해 사실을 알리는 패턴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각계의 권력형 성폭력을 연쇄 폭로한 2018년 ‘미투 운동’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 전 지사 사건 피해자 등은 죄인처럼 은둔하고 있고, 장 전 의원 피해자 역시 9년간 피해 공개나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피의자 사망에 따라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피해자는 사법시스템으로 성폭력 피해를 구제받거나 사과받을 길이 없어졌다. 장 전 의원 사망은 안타까우나, 누구보다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을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피해자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없다. 장 전 의원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앞서 박 전 시장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하면서 진보진영 일각에서 무자비한 공격을 받았다. 피해자, 변호인 등을 상대로 한 2차 가해가 재발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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