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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자경단’, 왜 이런 일이 사라지지 않나

작성일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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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이 넘는 피해자를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몇해 전 이른바 ‘엔(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그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큰 대형 성착취 범죄가 또 벌어졌다. 달라진 점은 텔레그램 쪽이 범죄 관련 자료를 수사당국에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벌백계로 더 이상 이런 범죄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지난 23일 발표한 일당의 범죄 실상은 충격적이다. ‘자경단’이라는 이름의 이 조직은 총책인 30대 남성 ㄱ씨와 조직원 13명으로 구성됐다. 조직원 중에는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10대가 11명이었다. 이들이 유인·협박해 성착취한 피해자는 234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도 10대가 159명이나 된다. 물리적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도 10명에 이른다. ㄱ씨는 자신을 ‘목사’로 칭하고 가해자들을 ‘집사’ ‘전도사’ 등의 등급으로 나눠 관리했다. 엔번방 사건에서 가해자들을 ‘공직자’ ‘상류층’ ‘평민’ 등으로 등급화했던 것과 유사하다. 비슷한 양태의 성착취 조직 범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ㄱ씨 등이 범행을 시작한 시점은 엔번방·박사방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던 2020년 5월이다. 이들은 4년8개월 동안이나 범행을 계속하다 붙잡혔다. 그사이 박사방 사건 주범인 조주빈씨는 2021년 10월 징역 42년형, 엔번방 최초 개설자인 문형욱씨는 같은 해 11월 징역 34년이 확정됐다. 주요 공범들도 징역 10년 안팎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엄중한 처벌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이어온 데는 검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ㄱ씨는 평소 자신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그동안에는 텔레그램 쪽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엔번방·박사방 일당 검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지난해부터 각국 수사기관의 적법한 수사에 협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 협조로 범인을 붙잡은 첫 사례라고 한다.
수사당국은 또 어디에서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를 성착취 영상물 범죄를 철저히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 더 이상 처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이 같은 범죄가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착취 영상물을 이용하는 행위 역시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그동안 일반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이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으로 미온적이었던 점도 사법당국이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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